2020년 9월 10일 목요일

던파 망할 것 같아서 쓴 감상글

불현 듯 서비스를 종료한 어떤 게임을 하고 싶어 진 적이 게이머라면 한두 번쯤 있을 것이다.

내가 재미있게 했던 게임이 진짜 재밌었기 때문에 했던 것인가에 대한 의문, 지나간 것에 대한 추억, 미련과 같은 다양한 감정이 유년기의 자아를 다시 일깨우는 그런 일이 가끔씩 찾아온다.

아마 2019년 말을 뜨겁게 달궜던 와우 클래식의 반짝 성공도 그런 영향이 있을 것이다.

 

만약 던전앤파이터(이하 던파)도 서비스를 종료한다면 어떨까?

인터넷 밈으로는 조롱섞인 반응을 보이고, 플레이하는 유저들도 자조적인 표현을 자주하는 바로 그 -이 망한다면 본인도 처음에는 망할 줄 알았다고 말하고 말 것 같다.

하지만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고 문득 몇 년이 흘러서 그래픽과 실사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화려한 게임들을 잔뜩 하고나서 피곤한 눈을 비빈다음에 갑자기 던파가 떠오를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보니 공감대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생각이 드는 사람이 있다면 이번 사태에 한 번 복귀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지가 될 것이다.

 

1. 기억과는 다른 복잡함에 대해

추억 때문에 던파로 복귀하는 사람들이 지긋지긋한 개인인증 절차를 거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찾은 뒤 제일 처음 게임에 접속하면 하는 말이 하나 같이 동일하다.

너무 복잡해졌다.’

그 감상에 대해 담백하게 답변하자면 실제로 복잡한 게임이 맞다.

최초 유니크 장비 장착이 최종 콘텐츠였던 옛날 게임은 어느 순간 캐릭터 플레이 자체를 변화시키는 크로니클 아이템을 세트로 만들어야 했고, 이후에는 그 것을 넘어선 레전더리 장비, 에픽 장비를 찾게 만들었다.

에픽 장비 다음은 더 강한 레이드 에픽 장비가 되었고 그 것 이상의 보상을 마련하다보니 이상한 것들이 계속해서 추가되어 오랜만에 게임에 접속한 사람들은 인벤토리를 열었을 뿐인데도 게임을 종료하고 싶어진다.

심지어 복귀자 환영이니, 신규유저 환영이니 하면서 안 그래도 복잡한 머릿속에 잡템 선물까지 받고 나면 그걸 착용해야하는지 버려도 되는지 고민되는데, 몇 몇 아이템은 심지어 기간제이다보니 다 갖다 치우고 싶어진다.

사실 복잡해진 건 그 뿐만이 아니다.

뭐라도 해볼까 싶어 퀘스트를 열면 에픽’ ‘한정’ ‘모험등 이상한 카테고리들이 나를 반긴다.

정말 이 내용들에 대해 설명을 듣고 싶은 건 아닌데도 이게 도대체 뭐냐고 비명을 지르고 싶은 마음을 잘 이해한다.

어떻게든 정리를 해서 발을 때면 캐릭터를 강제하는 이상한 화살표가 튀어나오고 심지어 그걸 안 따라가면 마을이 엄청 복잡해졌기에 길을 잃기 마련이다.

그러면서 수도 없이 화면을 가리는 NPC들의 대화창은 친철을 넘어선 불친절 그 자체로 혼돈의 화신이다.

그 과정까지 어떻게든 버틴 복귀자는 마지막에 던전을 한 바퀴 돌고 게임을 끈다.

스킬이 너무 많은데 뭐가 뭔지도 모르겠고, 내가 뭘 하는지도 모르겠는 와중에 몹이 터지거나 악랄하게 나를 괴롭히거나 둘 중 하나의 패턴을 보여준다.

심지어 던전이 한 두 개여야 적응하려는 엄두가 날 것인데 15년 동안 쌓인 던전은 그 숫자만으로도 사람의 진을 다 빼버린다.

결국 선택지는 하나, 게임종료이다.

 

2. 순차적으로 던파 즐기기

여기까지 긴 경험담을 짧게 읽어줘서 고맙다. 이제 여기서 위의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복귀자가 어떻게든 던파의 추억을 되찾고 싶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점핑 캐릭터나 예전에 했던 캐릭터를 복각시키는 것이 아니다.

무조건 새 캐릭터를 만들어서 플레이하는 것을 추천한다.

물론 이 방법이 무조건 더 재미있는 것은 아니고 더 귀찮거나 지루함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아까 전에 봤던 복잡함에 파묻혀 익사하는 것을 막기 위한 좋은 방법임은 확실하다.

새로 만든 캐릭터는 옛날에 했듯 평타와 어퍼(띄우기 기술), 강공격 만으로 초반 던전을 돌게 되어있다. 이 시점에서 약간의 지루함만을 버텨낼 수 있다면 마음자체는 엄청 편해질 것이다.

그리고 솔직히 머리만 아플 뿐인 복귀자 지원 장비는 갖다 버리는 것을 추천한다.

물론 잘 활용하면 나름의 활용도가 있지만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별로 좋은 것도 아닌데 인벤토리만 차지하는 악의 원흉이다.

퀘스트는 다른 건 다 치우고 에픽 퀘스트만 쭉 따라가고 나머지는 버린다.

에픽퀘스트는 별다른 조치 없이도 자동으로 계속 주어지니 퀘스트를 받거나 클리어하는데 그 어떠한 어려움도 없다.

그리고 퀘스트 색깔이 회색이 되지 않는 이상 굳이 [이전 퀘스트 클리어]버튼을 누르지 않는 것이 좋은데 그 버튼을 아무생각 없이 누르다가는 퀘스트 없이 던전 노가다로 레벨 업을 해야하는 문제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이렇게 캐릭터를 성장시키면 몇 몇 캐릭터를 제외하고는 스킬이 어떤지 플레이 타입이 어떻게 되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단점이 있다면 이렇게 하면 되게 느릿느릿하게 게임을 하게 된다는 것 정도일 것이다.

 

3. 만렙 달성과 골치아픈 장비칸

사실 어떻게든 던파를 해야겠다는 사람은 굳이 2번의 팁을 따라가지 않더라도 결국 3번의 주제 만렙 달성이라는 문제에 도착하고 골머리를 싸매고 있을 것이다.

만랩은 결국 달성할 수 있다.

점핑 캐릭터라면 시작하자마자 바로 이 시점일 것이고 복귀 캐릭터들도 약간의 시간이 필요할 뿐 100레벨이 된다.

심지어 이 글의 팁에 따라 밑바닥에서 성장한 캐릭터도 어느 순간에는 만렙이 되어있지만 사실 정말 옛날 게임에서나 만렙이 끝이었지 요즘 게임에서 만렙은 매인 콘텐츠에 접근하기 위한 발판에 불과하다.

그럼 던파의 매인 콘텐츠는 무엇인가? 궁극적으로 말하자면 착용 장비 수집이다.

하지만 무기, 방어구, 악세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 장비 칸은 어느 정도 인정하겠는데 크리쳐, 아바타, 탈리스만, 휘장 같은 듣도 보도 못한 것들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고, 초보자 팁이니 가이드니 뭐니 링크를 타고가보면 마법부여니 뭐니 하면서 만크를 맞춰야하고 스위칭 박스 같은 소리를 하고 앉아있다.

근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것들을 하나하나 분석하여 일과표를 짜고 순차적으로 장비 칸을 채워나가겠지만 보통은 여기서 한 번 더 게임종료를 누른다.

그리고 다시 접속하는 일은 없다.

 

4. 순차적인 파밍

 

결국 본인이 제시하는 길은 이 것 또한 단순화시키는 것이다. 어느 게임이나 똑같겠지만 만렙 이후 콘텐츠는 성장 콘텐츠 보다 어려운 편이고 괜히 이 것 저 것 하면 스트레스만 쌓일 뿐 바로 성장이 이뤄지지 않는다.

그래서 심플한 방향으로 성장을 해나갈 필요가 있다.

우선 익히 알고 있는 장비칸인

[무기]

[어깨] [상의] [팔찌] [목걸이]

[벨트] [하의] [보조장비] [반지]

[신발] [귀걸이] [마법석]

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조리 무시한 체 공략을 시작한다.

 

언급한 부위에 장비를 맞추기 위해서 공략해야할 던전은 단 하나이다.

바로 황궁이라 불리는 천계지역 100레벨 던전이다.

여기에서 맞추는 장비는 유니크 장비로 이 장비를 모두 장착한 뒤에나 그 혼란스러운 장비세팅에 돌파구를 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렇게하는 다양한 이유가 있고 이에 따른 수 많은 단점이 있긴 하지만 안그래도 복잡한 것을 피하려고 이 공략을 쓰기에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유니크 장비 파밍에는 모든 피로도를 황궁에 쏟아 부었을 때 약 3주 정도가 걸린다.

완성품 드롭에 따라서 시기의 차이가 크나 본인이 경험한 바로는 이정도의 결과가 항상 유지되었던 것 같다.

놀랍게도 황궁을 돌기만 해도 우연히 에픽아이템이 떨어지거나 하니 예정보다 높은 능력을 함양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리고 이쯤이 되면 슬슬 정보가 모이거나 기억/갱도, 지혜의 인도 같은 던전을 어떻게든 클리어할 수 있다보니 부족했던 장비칸들을 매꿀 수 있다.

2020년 7월 22일 수요일

겉핥기 헌터 이야기

나는 겉핥기 헌터다.

처음부터 나는 겉핥기 헌터였다.

몬스터헌터2G(PSP) 입문
-겉핥기 헌터 특 : 헌팅하다 실패하면 이틀 뒤에나 재도전 함
-겉핥기 헌터 특 : 끝판 보스 못 잡음

하위는 어떻게든 클리어 했을 거고 상위로 넘어가면서 방어구를 바꾸기 아까워져서 접음

몬스터헌터 프론티어(PC) 두 번째 헌터
-겉핥기 헌터 특 : 계정 넣고 마지막 날까지 플레이 안함
-겉핥기 헌터 특 : 특정 몬스터 저격 장비 맞춰야 되면 기겁함

오픈 베타 때가 하위까지였기에 어떻게든 플레이함.
상위 나오면서 유료화 되었는데 하루종일 간장 게장만 하다가 끔.
나중에 너무 노잼이라 안한다고 접었는데 그 시점이 에스피나스 업데이트 날이었음.
사실 그 때 부터가 진정한 프론티어였는데 왜 접었는지 아쉬움

몬스터헌터 4 → 4G(3DS) 시리즈 넘버링 최초의 한글화 타이틀
-겉핥기 헌터 특 : 잠수기간 엄청 김
-겉핥기 헌터 특 : 쩔 받을 때만 장비 바뀜

조금은 무리해서 플레이했던 기억이 남.
무려 자력으로 엔딩을 봤으며, 몬헌답지 않은 스토리성에 놀랐던 것 같음.
물론 G는 광룡 바이러스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서 금방 포기함

몬스터헌터 월드 → 아이스본(PC)

사실 현재시점
원래는 PC로 나온다는 말이 없어서 PS4로 했었으며 어쩌다가 스팀으로 갈아탐
PS4 때는 자력으로 엔딩을 보기도 한 감동실화가 있음
보통 템빨로 압도하는 플레이를 하며 심지어 파티에 도움이 되기도 함
놀라움

레이드 초행자 가이드만 가기로 한 썰

내 블로그를 둘러보면 내가 던파를 하긴 해도 레이드를 가거나하는 코어 유저가 아니라 단순 파밍과 유료 콘텐츠에 집중하는 겉핧기 전문가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것도 몇 년째, 매 시즌마다 초반부에 어떻게든 따라가다가 레이드를 가지 않음으로 벌어지는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쩌리로 빠지기 마련이었는데 이번 만큼은 세라핌이 주력이기도 해서 시로코 레이드에 대가리를 계속 박고 있었다.

6월 말 부터 진행한 시로코 레이드는 공략미숙과 관련없이 스무스하게 진행되었고 나는 조금의 긴장감 외에는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한 체 야생 공격대에 참가했다.

그러던 중 레이드에 참여한 지 세 번째 주간이 되었다.
다른 때와 같이 아무 생각 없이 공격대 대기열에 캐릭터를 올렸고 역시나 다른 때와 같이 아무 공격대에나 납치 당했다.

그 것이 큰일일 줄이야... 벌서 내 모험단에 4번이나 클리어 되어있다고 적혀있고 인터넷에서 공략도 읽었으니 초행이라고 하기에는 미묘한 상황 아무말도 없이 가만히 있었더니 평범하게 레이드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뭔가 싸하다.
내가 패턴을 못보고 죽여버렸던 몹들이 기술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나의 머릿속은 저게 무슨 기술일까 혼란스럽기 그지 없었고 나의 손은 꼬이기 시작했다.

클리어 속도가 나 때문에 조금씩 지연되기 시작했고 나는 스킬을 쓰면서 동시에 체팅으로 죄성합니다만 남발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럴 때는 케어를 해줄 수 있는 공대장이나 파티장이 있었으면 좋으련만 다회차 클리어를 목표로 하는 공격대였는지 표현이 점점 않좋아졌다.

잘못한 건 잘못한 거였기에 딴 말은 안하고 그 뒤로는 아쉬운 대로 실수 없이 진행했으나 공격대의 분위기와 불편한 심기를 돌이킬 수는 없었고 던파를 하면서 괜히 새로운 것을 도전한다는 고양감은 자취를 감췄다.

쓸대 없이 아직도 "아이디 팔고 딴 껨 해라"는 체팅이 떠오른다만 그럴 생각은 없다....

이번 주 아직도 1회 더 참가할 수 있는 기회가 있지만 다음 주에 공개된다는 시로코 가이드 던전을 기다리며 파티 플레이는 하지 않기로 마음먹고 있다.
물론 재미없는 공략 동영상을 계속 리플레이하며 어떻게든 숙달해서 문제없이 진행하는 것이 최고겠지만 일하면서 하기에는 내 근성이 너무나도 부족하다.
게임은 재미있으려고 하는 건데 재미가 없는 일을 곁들이기 싫은 게 문제인 것!
(결국 내가 문제라서 더 큰일이다.)

나름 버프력을 챙긴다고 세팅했던 광흑나제사장 세트는 곱게 창고에 넣어뒀고 이번 시즌 처음으로 나에게 왔던 개악을 다시 꺼냈다.



역시 솔플이 제일 좋다.